앞서 파생상품시장 개요에서 증거금에 대해 다뤘던 바 있습니다만 실제 투자자가 거래를 할 때에 증거금을 기준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선물을 즉시 통째로 사거나 파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진짜 잘 알아야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이 제일 재미도 없고 안 와닿습니다. 하지만 실제 거래를 하게 되면 얼마만큼 더 돈을 계좌에 넣어줘야 하고(유지증거금) 얼마만큼의 돈으로 거래가 되고(개시증거금 혹은 위탁증거금)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1) 개요
앞서 말씀드렸듯 만기일까지 투자자가 파생상품의 매수 혹은 매도 포지션을 유지한다고 가정한다면 거래소 입장에서는 투자자가 정말로 이에 따른 돈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할 겁니다. 그 확인을 위한 보증금이 바로 증거금(margin)입니다. KRX(한국거래소)에서는 매달, 매분기마다 증거금률을 발표하는데요. 이번달 증거금률표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파일은 위에 첨부하였으니 함께 확인해보세요.
여기서 옵션의 경우는 매도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겠죠? 매수했을 때에는 그냥 프리미엄만큼 손해보고 버리면 되지만, 매도했을 때에는 해당 옵션의 매수자가 권리행사를 하게 되면 행사가격으로 기초자산을 내줘야 하니까 증거금이 필요합니다.
2) 증거금의 종류
저 위를 보시면 주문(거래)증거금, 위탁증거금, 유지위탁증거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개인투자자는 위탁증거금에 대해서만 일단 알면 됩니다. 주문(거래)증거금은 증권사가 거래소에 납부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위탁증거금이 더 비싼 것은 당연합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소에 내야할 것보다 더 비싸게 투자자에게 요구해야 투자자가 날려먹고 결제불이행을 일으킬 위험성에 대해 더 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 정도 못 내면 그냥 거래하지 말라 이거죠.)
위탁증거금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증권사에서 거래소에 내야 하는 주문증거금보다 뭔가를 더 포함하는 금액입니다. 이 뭔가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결제 미이행에 대한 위험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도록 내주는 순위험증거금액를 포함합니다. 또한 결제순손익(파생상품가격의 변동에 따른, 특히 선물의 상승/하락에 따른 손익)에 따른 것도 포함합니다.
그렇게 되면 가상 상황을 두고 위의 표를 다시 봤을 때 증거금 이해를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선물가격이 오른다고 합시다. 그러면 선물가격의 증거금은 실제로 상승하겠죠? 왜냐하면 선물가격의 일정비율만큼을 증거금으로 책정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 오른만큼 이득을 보는 겁니다. 그럼 이 이득을 가지고 변화한 만큼 증가한 증거금을 떼우면 되겠죠. 증거금률이 대체로 10% 정도라고 치면 선물가격이 5 올랐다면 증거금은 0.5(=5 X 0.1) 상승했을 겁니다. 우리는 이미 가격상승에 따른 이득을 본 상태이니 증거금 납부하고도 돈이 남죠.
반대로, 선물가격이 계속 하락해서 손실이 쌓이다보니 일일정산을 하는 와중에 계좌 안에 있던 돈을 꽤나 잡아먹었다고 합시다. 사실상 쪽박이라고 가정해보죠. 그러면 거래소에서는 너 계속 거래할 수 있겠냐, 위탁증거금보다도 계좌에 돈이 없을 정도로 손해를 많이 봤다, 하는 의도로 계속 할 거면 일정 수준까지는 계좌에 돈을 채워놓아라, 아니면 그냥 선물 다 팔아버리겠다 이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일정 수준이 유지위탁증거금이고 증권사가 거래소에 내야 하는 주문(거래)증거금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돈을 채워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그 유명한 마진콜(margin call)입니다.
정리해볼까요?
위탁증거금(Initial margin) | 선물을 매수/매도할 때 필요한 금액. 옵션을 매도하는 경우에도 필요합니다. 주문을 할 때 필요하며 저같은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거래소에게 나한테 좀 팔라/사라 할 수 있도록 좀 웃돈을 보증금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
유지위탁증거금(Maintenance margin) | 파생상품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는 포지션(매수/매도)에 대해 어떤 손해를 보더라도 이 금액 이상을 계좌 내에 유지해야 제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거래소에서 이제 그만하자며 계속 할 거면 이 수준으로라도 돈을 채워달라고 추가 증거금요구(마진콜; margin call)를 합니다. |
추가증거금(Additional margin) | 유지위탁증거금까지 채우기 위해 제가 계좌에 넣어야 하는 금액분을 말합니다. |
증거금률(Margin rate) | 위의 증거금들을 산출할 수 있도록 기초자산가격에 대해 정해놓은 비율입니다. 거래소에서 알아서 굉장히 복잡한 방식으로 계산하여 공시합니다. |
실제 산출을 하는 과정은 이거보다 더 복잡합니다. 그만큼 까다롭게 증거금제를 운영해줘야 거래소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겠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매일 HTS를 까봐서 증거금 새로 산출되는 것을 확인하고 필요한 금액만큼 납부해야 한다면 납부해주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강 이런 틀이 있다는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3) 증거금의 납입
그럼 이 증거금을 매번 현금으로만 넣어야 하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답은 그렇지는 않지만 현금이 제일 낫다는 것입니다. 만약 결제불이행 위험이 있다고 가정하면, 즉 제가 만기 시에 돈을 못 낼 위험이 있다면 제 계좌 내의 자산을 최대한 빨리 마구잡이로 털어가려고 하겠죠. 그런 상황을 가정한다면 거래소 입장에서는 당연히 현금이 제일 좋을 겁니다. 가치가 크게 깎이지도 않고 즉시 손실만회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딱 이 논리대로면 현금만 받아야 하지만, 그러려면 파생상품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지는 않을 겁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거래하려면 무조건 현금만 있어야 된다고 하면 주식시장 같은 현물시장에도 현금을 써야 하고 파생상품 시장에 따로 또 현금을 써야 하니까요. 규모가 너무 커집니다.
그래서 예외적으로 현금이나 다름없는 자산은 가치를 크게 쳐주고 변동도 크고 위험도도 있는 자산은 가치를 낮게 쳐주기는 하지만 현금대용물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주식 같은 거로도 증거금을 낼 수 있다 이런 말이죠.
- 대용증권: 상장주권, 상장채권, 상장 DR(예탁증서), ETF, ETN
(단, 관리종목, 정리매매종목, 거래정지종목, 투자위험종목, 투자경고종목은 제외) - 대용채권: 국채, 지방채, 통안채, 기타 특수채 등 공공채
- 회사채: 상장채무증권
- 외화: USD, JPY, GBP, EUR, HKD, CNY 등 비교적 안전한 외화
- 외화증권: 미국국채
이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그럼 KRW(한국 원화) 기준 얼마나 가격을 쳐줄까요? 아까 말씀드렸듯 변동이 크거나 위험도가 있는 자산은 빠른 현금화가 안 되니 손실만회를 하는 데에 도움이 덜 되겠죠. 그런 만큼 가격을 낮게 쳐주는 겁니다. 이런 개념을 담보인정비율(haircut)로 산정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 원화: 100%
- 외화: 95%
- 주식자산: 종목에 따라 60-80%
- ETF: 종목에 따라 70-95%
- 채권: 발행기관, 종목에 따라 80-95%
- 미국국채: 만기에 따라 84-92%
이런 식으로 산정해두고 계좌를 예의주시합니다. 만약 이러다가 결제불이행이 발생한다면 거래소는 후다닥 이런 담보물인 증거금을 빨리 현금화합니다. 그러려면 투자자가 저거 인출하려는 거 먼저 막고, 팔아치우고, 남은 손실금 물어내라고 투자자에게 요구할 겁니다.
파생상품 투자에서 정말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인 증거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결제제도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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